안녕하세요, 료샤입니다. 첫 스타트를 끊고, 5주 후 다시 돌아와서 글을 쓰는 감회가 새롭네요.
기숙사 보드를 보니 어느덧 아카데미 수료가 50일 남짓 남았더라구요. 우리의 매크로 프로젝트의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점점 더 그 결과가 궁금해기도 하네요. 다들 조금씩 결과가 잘 나올지 어떨지, 그러나 “결과가 잘 나왔느냐”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블로그는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지’를 기록할 수 있는 좋은 창구입니다. 미래를 내다볼 순 없지만, 블로그 기록을 통해서 저희가 어떤 과거를 보냈는지는 알 수 있고,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요. 또,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쌓인 글을 보면서 과거를 되돌아보면 ‘그때는 이렇게 될걸 알 수 있었을까?’ 생각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블로그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기록을 이어나가니 더 재미있기도 하고요.
10월 7일부터 10월 13일까지, 일주일동안 우리 팀원들은 어떤 일을 겪었고, 그를 통해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이번 주의 핵심적인 사건은 두번의 애플 리뷰와 인터널 쇼케이스 준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많은 토론 끝에 확정한 하이파이와 일부 미들파이를 바탕으로 두 번의 애플 리뷰를 받았습니다. 저희 팀은 수요일과 목요일, 총 두번에 걸쳐서 애플 리뷰를 받아야 했어요. 그 일정에 따라 월요일에 하이파이를 정리하였고, 화요일에는 애플 리뷰를 준비했어요. 그리고 수요일부터는 계속해서 애플 리뷰와 관련된 일정이 이어졌어요.
애플 리뷰 with 딕슨 첫째날
우리 팀은 딕슨이라는 분의 리뷰를 받았습니다. 딕슨은 정말 뾰족한 피드백을 주기로 유명한 분이셨어요. 예상했던 바와 같이 정말 뾰족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솔루션 컨셉은 “시니어가 종이 악보를 보면서, 리듬 학습과 연습을 할 때 청각과 촉각으로 보조해주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이러한 솔루션 컨셉의 도출 과정을, 이전에 진행했던 애플 리뷰보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듬어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딕슨은 "시니어가 종이 악보를 보면서, 리듬 학습과 연습을 할 때 감각적으로 보조해준다"라는 솔루션 컨셉 자체에는 동의를 했어요. 그래도 우리 팀의 큰 방향성에 관해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어서 뿌듯했답니다. 그렇지만 그 외 부분에는 정말 날카로운 질문과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그중 제일 중요한 것들 두 개를 추려보았습니다.
Q1. 현재 상황에서는 시니어가 연습하는 도중에 악보도 놓고 휴대폰도 놓고 둘 다 봐야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니어의 리듬 학습을 도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그 학습을 방해하는 요소를 넣은 것은 아닌가? 반면에 아이패드를 쓰면 한 화면만 보면 되고, 이러한 방해 요소는 없어진다. 아이패드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아이패드로 하면 스크린도 크고 햅틱도 쓸 수 있고 차라리 트레이닝 하기엔 더 좋은 것 같다.
Q2. 생각하고 있는 유즈케이스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essential) 생각해 보았는가? ‘워치로 하는 진동’이 먼저인지 ‘진동’ 자체가 먼저인지 생각해 보았나? 왜 진동이 반드시 워치로 와야 하는가? 진동이 먼저인거면 아이패드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가 모두 굉장히 무게감 있고 중요한 질문이었어요. 특히 ‘애플 리뷰’라는 상황에서 맞딱뜨린 질문이다 보니 더욱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추가적으로, 딕슨은 다음날에 있을 리뷰에서는 확실한 유즈케이스를 가지고 와 달라고 요청했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아이폰 앱과 워치 앱을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하기가 어려웠나봐요. 리뷰가 끝나니 어느덧 저녁이 되어 있었습니다.
첫째 애플 리뷰 이후의 수정
우리들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딕슨의 묵직한 질문들을 어떻게 소화해 나갈지 부담이 되었죠. 또 우리가 딕슨에게 우리의 솔루션 컨셉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했는지, 빠진 점은 없었는지를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특히 Q1과 Q2에 대해 어떻게 답할지를 집중적으로 논의해았어요. “왜 아이패드가 아니라 워치여야 해?” 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수 있었을까요?
유즈케이스에서 찾은 대답
저희는 그 답을 유즈케이스에서 찾았답니다. 저희의 유즈 케이스는 ‘선생님이 레슨을 해주는 상황’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다함께 평생학습원의 아코디언 교습소로 갔을 때 보았던 그 상황이요. 학생은 악기를 연주하고 있고, 선생님은 옆에서 계이름을 부르면서 마치 지휘를 하듯이 학생들을 이끌고 있었죠. 저희는 “마치 선생님이 옆에서 보조해주는 것과 같은” 상황이 우리 앱의 사용 상황에서 연출되기를 바랐어요. 그 상황 자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연주를 하는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야만 했고요. 그런데 딕슨은 이 상황에서도 패드 사용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딕슨은 “허벅지에 올려놓고도 진동을 느낄 수 있으니 패드로도 그 상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이 부분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는 못했던 부분이라 명확하게 답을 제시할 수가 없었어요. 허벅지로도 진동을 느낄 수 있다면, ‘패드가 아니라 워치여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싶었죠. 절박하게 근거를 찾던 중에 “Detecting Vibrations Across the Body in Mobile Contexts”라는, 2011년 한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자료 발견했어요. 이 논문에서 ‘손목과 허리가 진동을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고, 허벅지에서는 진동을 느끼기에 가장 적합하지 않은 신체부위’라는 연구결과를 찾을 수 있었고, 박자 가이드의 진동이 워치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의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는 Q1과 Q2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었죠.
또 찾은 다른 한 가지의 논문은, “Rhythm perception through different modalities”이라는, 2006년 EuroHaptics이라는 학술지에 발간된 논문이었는데, 청각 다음으로 (시각 자극에 비해) 촉각 자극이 리듬 인지에 도움이 된다는 경험적 근거를 제시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었어요. 이 내용도 결국 리듬 학습의 보조적 감각의 역할로서 촉각 자극이 채택되어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이러한 근거들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키노트를 준비했습니다.
뷰 수정
그리고 뷰를 수정하기로 했어요. “악보와 함께 놓고 사용하는데, 시각적인 정보가 오히려 박자 학습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딕슨의 리뷰를 적극 받아들인 것이죠. 기존의 뷰에서는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가 잘 드러날 수 있게끔 해줬었는데, 이제는 시각적 정보를 통해서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것을 하지 않는 대신에, 컨트롤러로서의 기능을 더욱 강조한 뷰를 만드는 방향으로 수정을 해보는 걸로 했어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로우파이 정도를 그려가서 다시 피드백을 받았답니다.
영상 촬영
저희는 딕슨이 우리의 유즈케이스를 좀 더 잘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상 촬영을 하기로 했답니다. 마침 다음날 오전에 노랑과 웬디와 꾸기가 피아노학원에 가는 날이었어요! 웬디는 선생님을, 꾸기는 시니어를, 그리고 노랑은 촬영을 담당해 주었고, 뚝딱 리뷰 전까지 유즈 케이스를 담은 영상을 촬영해서 편집을 했어요.
애플 리뷰 with 딕슨 둘째날
대망의 둘째 날이었어요. 오전에 뚝딱 촬영한 영상을 가져다가 붙이고, 키노트를 다시 한번 점검한 후 딕슨의 리뷰에 들어갔습니다. 저희는 준비해 간 자료를 들고 키노트로 발표를 했죠. “우리의 앱이 아이패드가 아니라 워치여야 하는 이유”를 들어 다시 한번 딕슨을 설득했습니다.
딕슨은 워치로 진동 가이드가 제공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받아들이면서도, ‘stuck with iphone’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패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표했어요. 그렇지만 시간이 부족했는지 계속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이어가는 대신에, 우리의 아이폰 뷰에 대해서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딕슨은 “시니어가 음악을 연습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컨트롤러 뷰가 사용하기에 편할까?”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했어요. 딕슨이 보기에는 컨트롤러 뷰가 시니어를 다소 혼란스럽게 할 여지가 있어 보였나봅니다. 예를 들면, 음악이 재생될 시퀀스를 선택하는 부분이 드롭다운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런 설정이 시니어가 실제 악보를 찾아가는 플로우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해줬어요.
또 연습을 하는 상황에 대입해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을 재생하는 것보다는, 특정한 부분을 반복 연습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가장 많이 실행하게 될 기능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쉽고 직관적인 사용성을 가지고 배치되어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구간을 선택해서 반복 재생하는 기능이 가장 필요하다고 모두가 얼라인을 맞춘 상태였어요.
다른 한 가지는 워치를 컨트롤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연주할 때 휴대폰을 놓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인데, 그 때마다 휴대폰을 통해서 조작하게 하는 것보다는 재생, 일시정지 정도의 기능을 통해서 워치를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숨겨 놓았던 다른 뷰를 가져갔어요. 그 뷰에 대해 interesting’하다, 조금 더 직관적인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결국 특정한 뷰를 선택해서 진행하라고 말하는 대신 유저가 앱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기능의 중요도를 나누고, 어떤 기능이 가장 필요로 해지는지를 확인하는 테크닉을 가르쳐 주고, 이를 통해서 뷰를 확정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테크닉을 실제로 실행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애플 리뷰 이후
애플 리뷰 직후 그날 저녁부터 우리는 애플 리뷰를 소화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일차 리뷰에서 받은 피드백(시니어에게 멀티 태스킹을 하게 한다)과 이차 리뷰에서 받은 피드백(컨트롤러 뷰가 시니어의 조작을 힘들게 할 것이다)을 모두 반영해서 뷰를 어떻게 수정해 나갈지를 논의해 보았습니다. “구간을 선택하게 하되 현재 재생되고 있는 위치는 보여주지 말고 일단 구간 재생 기능만 넣자”는 의견도 나왔어요. 금요일에 이러한 애플 리뷰의 내용을 바탕으로 마일스톤을 했고, 일요일 저녁에 다시 모여서 또 뷰를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 월요일이 쇼케이스였기 떄문에 이날 새벽 3시까지 작업을 한 후에 테스트플라이트에 앱을 올리고 다들 잠을 청하러 집으로 돌아갔답니다. 이렇게 저희의 7주차는 마무리되었어요.
애플 리뷰라는 메인 이벤트를 준비하고 소화하느라 한주가 훌쩍 가버렸네요. 그렇지만 애플 리뷰를 통해서 저희의 앱의 디자인을 외부 리뷰어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점검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카데미 아니면 어딜 가서 이런 리뷰를 받아보겠어요?
다음 주에는 어떤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기대해주세요. 이상 료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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